광주를 지키는 수호신이 머무는 땅
광주성거사지오층석탑(전)이 자리한 성거산(聖居山)은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聖) 분이 머물고(居) 있는 산’이다. 옛 사람들은 이 산의 주인인 성인을 거북으로 여겼다. 성거산의 형태가 바로 거북이 모양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 형태를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 광주공원을 검색하면 거북이 형상의 산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심 속에 유독 푸른색을 띄고 있는 이 산은 성거산이자 광주공원으로 거북이가 광주천을 따라 기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거북의 형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북쪽을 향한 작은 언덕이 머리이고 목의 위치에 오층 석탑이 있다. 남쪽의 넓적한 등 부분이 광주공원으로 충혼탑과 4.19문화원이 자리해 있으며, 거북의 꼬리쯤에 향교가 위치해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거북의 오른쪽 앞발 부분에 거북의 알과 같은 형태의 구동실내체육관(현,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있었다. 향교 옆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가 오른쪽 뒷발, 옛 활쏘던 장소였던 관덕정이 왼쪽 앞발, 향교 옆 서동이 왼쪽 뒷발이 된다. 이렇듯 ‘성스러운 거북이가 머무는 곳’이라 하여 이 지역은 성구강(聖龜岡), 성거산, 성구공원이라 불렀고, 때로는 줄여서 구동(龜洞)이라 했다.
거북은 예로부터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며, 길흉을 점치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왔다. 고구려 고분벽화 사신도에도 방위와 우주의 질서를 진호하는 상징으로 동 청룡, 서 백호, 남 주작 등 상상의 동물이 그려져 있다. 그렇지만 북쪽 현무는 거북과 뱀이 서로 몸을 휘감고 엉킨 모습으로 실존하는 동물이다. 이렇게 성스러운 거북이가 광주천 옆에 있으니 옛 사람들은 행여나 거북이가 물을 따라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래서 거북이가 떠나지 않도록 묶어두기 위해 거북이 목에 탑을 세웠다. 오늘의 성거사지오층석탑이다. 광주의 좋은 기운이 오래도록 남아 광주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살기 좋은 고을을 염원했다. 그러나 탑 불사는 쉽지 않았다. 본래 거북을 잡아두기 위해 꼬리부분에 석탑을 세워 묶어두려 했다.
현재의 향교자리에 탑을 세웠지만 탑이 완공될 무렵이면 갑자기 무너지곤 했다. 하루는 노스님 한 분이 지나다가 이 형상을 보고 말하길 “거북이가 꼬리를 흔들기 때문에 탑이 무너진다”며 목을 누르라 했다. 희유하게도 목 부분에 탑을 세웠고, 지금도 끄떡없이 자리해 있다. 탑을 세웠을 때가 고려 초 950년경으로, 무려 1,100년을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거산에 오층석탑이 건립되고, 광주를 지키는 성스러운 거북이는 부처가 되어 만중생을 보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