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나한을 닮아가는 오백전 스님

“광주의 진산 무등산에서도 으뜸 기도처는 증심사 오백전입니다. 오백전에서 기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은 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백전 기도를 주관하고 있는 종문스님은 “전생에 지은 복이 있어 오백전에서 기도하는 인연을 얻게 되었다”며 미소 짓는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종문스님의 초발심은 기도보다 선(禪)수행이 먼저였다. 90년대, 종문스님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엔 사회적으로 단(丹) 수행, 국선도 등 수행 열풍이 불었다. 평소 내면 깊숙이 잠겨있는 의식이 궁금했다. 그것을 찾고자 혼자서 수행을 했고, 병을 얻었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몸에서 기운이 도는 듯했다. 수행하는 이에게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었다. 특별한 약도 없었다. 병을 이겨내고자 송광사로 출가했다.

“출가 수행자가 되어서는 오직 ‘깨달음’ 이것 하나만 있었습니다. 깨닫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 종문스님은 송광사 강원을 중도에 멈추고 선지식을 찾아 떠났다. 부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제주에서 강원도까지 15년간 전국의 수행처를 전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혼자서 수행하는 토굴 정진이었다.

“지나고 보니 스승 없이 토굴에서 혼자서 하는 정진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하다보면 수많은 현상이
일어나는데 가까이에 대중이 없으면 빨리 대처하지 못해 병이 될 수 있습니다.” 3년 전, 종문스님은 다시 송광사 강원으로 돌아왔다. 늦었지만 밀린 강원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25일 증심사 오백전 기도를 맡았다. “증심사에 와서 보니 어릴 때 고향집에 온 듯합니다. 무등산 새인봉처럼 집 앞산에도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백전에서 기도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종문스님은 오백전에서 새벽(4시), 사시(오전 10시), 오후(2시), 저녁(6시 30분)으로 하루 4회 기도한다. 기도는 거불을 시작으로 우리말 천수경-정근-축원으로 이어진다. 요즘은 대학입시100일기도 정진기간이어서 축원이 많은 편이다. 고성으로 정근을 하다보면 목이 쉴 때도 있는데 다음 기도시간이면 기이하게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기도의 묘미 가운데 하나이다. 아쉽게 코로나19 확산으로 법당에서 기도는 스님 혼자서 한다. 그래도 기도시간에는 몇몇 불자들은 전각 밖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함께 정진하고 있다.

“저에게 기도는 참회이자 정진입니다. 전생의 업으로 수행병이 생겼기에 그 업을 참회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도는 참 나를 찾는 사마타 수행입니다.” 종문스님은 출가수행자로 세운 세 가지 원력이 있다. 하나는 부처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처님 가르침이 세세생생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록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생구제이다.

“기도를 시작했으니 10년간 하고자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백전에서 10년 내에는 스스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기도를 하면 몸과 마음이 닮아간다고 한다. 환하게 웃는 종문스님의 얼굴이 어디서 본 듯하다. 입가와 눈가의 주름이 더욱 친근하다. 그러고 보니 오백전 나한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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