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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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입속으로

곧 부처님 오신 날이다. 기쁨이 가득한 하늘나라가 수없이 많은데, 부처님은 왜 자진해서 고난이 가득한 사바세계로 오셨을까?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 아니면 아마 불가능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현우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전생에 보살행을 닦던 시절 이야기이다. 아득한 옛날, 염부제를 다스리던 큰 나라에 마하라단낭(摩訶羅檀囊)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에는 세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마하부나녕(摩訶富那寧), 둘째는 마하제바(摩訶提婆), 셋째는 마하살타(摩訶薩埵)였다. 막내 마하살타는 어려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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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 사리불

많은 사람을 휘어잡거나 심복하게 하는 능력 자질을 카리스마라 한다. 자기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경험치를 넘어선다 싶으면 좀처럼 움직이려 들지 않는 게 사람이니, 대중을 선도하는 사람에게는 때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속에 ‘나’는 고집이 깊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언젠가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 숲을 거니실 때였다. 그때 라후라(羅睺羅)가 동료 사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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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왕과 비둘기

부처님을 찬탄하는 표현 중 ‘32상 80종호를 갖추신 분’이라는 표현이 있다. 32상 80종호를 ‘대인상大人相’ 즉 위대한 인물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도 하고, ‘공덕상功德相’ 또는 ‘복덕상福德相’이라고도 한다. 즉 공덕을 닦아 복덕을 성취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뜻이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성취한 부처님께서는 얼마는 오랜 세월에 어떤 공덕을 쌓으셨을까? 비바시 부처님 시절부터 가섭 부처님 시절에 이르기까지 91겁 동안 육바라밀을 실천한 공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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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막손

사람 사이란 게 늘 좋을 수 없다. 햇살 아래 몸과 그림자처럼 사랑과 미움은 늘 서로의 뒤를 따르고, 은혜와 원망의 거리는 의외로 가깝다. <<찬집백연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있었던 일이다. 그때 그 성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물과 보물을 지닌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좋은 집안의 딸을 선택해 아내로 맞이하여 온갖 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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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물 속 벌레

불법승 삼보에 기증된 사찰의 토지와 건물 및 주요 물품 등을 사방승물(四方僧物) 또는 시방승물(十方僧物)이라 한다. 특정 지역의 스님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방천지 모든 스님에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개인의 사유물(私有物)이 아니라 공유물(共有物)이라는 의미이다.이런 공유물을 사유물처럼 사용하면 어떤 과보를 받을까? 《현우경》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머물고 계실 때 일이다. 왕사성 성곽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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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미워하던 원수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미덕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에서 그리스인들이 전쟁에서 철수하는 체하며 선물처럼 트로이에 목마를 남겼지만, 그 목마 속에는 칼을 든 그리스 병사들이 숨어있었고 그 병사들은 하룻밤 사이에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잡보장경》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서로 원수처럼 지내던 까마귀 무리와 올빼미 무리가 있었다. 까마귀떼는 올빼미가 낮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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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세상은 필연(必然)이다. 인생은 인(因)과 연(緣)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는 한 폭의 천이니, 그 천에 나타나는 문양은 억지를 부린다고 변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부탁한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삶에서 가장 큰 인연(因緣)은 행위 즉 업(業)이다. 따라서 삶에서 겪는 갖가지 행(幸)과 불행(不幸)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반드시 그럴만한 업(業) 즉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말, 새로운 행동을 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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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

아득한 옛날 설산 한 기슭에 큰 대나무숲이 있었다. 그 숲에는 많은 동물이 살고 있었다. 숲의 동물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 동물들 가운데 매우 똑똑하고 자비로운 앵무새가 한 마리 있었으니, 그 앵무새의 이름은 ‘가장 기뻐하는 자’라는 뜻의 환희수(歡喜首)였다. 어느 날이었다. 깊은 밤 갑자기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사나운 바람이 온 숲을 휘젓고, 울창한 대나무숲이 풀어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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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을 발라 먹인 설두라건녕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보살이첫 번째 성취할 덕목은 보시(布施)이다.보시는 널리 베푸는 것이고,나누는 것이고,또 도와주는 것이다.남을 돕는다는 것,참 쉽지 않은 일이다. 《현우경》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그때 현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셨을 때 그 가르침을 가장 먼저 듣고 깨달아 제자가 된 사람이 아약 교진여(阿若憍陳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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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버리던 나라

경전 속 옛날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무더운 여름이다. 어린 시절 이맘때면 꼭 외갓집을 다녀오곤 하였다. 비둘기 완행열차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그러고도 또 5리를 걸어야 닿는 외진 시골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을 등에 업고서 옷가지에 선물꾸러미를 양손 가득 쥔 어머니도, 팔랑개비처럼 나부대며 장난질에 여념이 없던 철부지 형과 나도, 늘 그 길이 반갑고 흥겨웠다. 그 시절 외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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