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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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며칠 전부터 뉴스를 끊고 삽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고 사는 건 아닙니다. 주변에서 알아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슈거리를 이야기해줍니다. 그러니 굳이 나의 시간과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허비하면서까지 뉴스를 찾아볼 필요는 없는 거지요. 현실도피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내 마음이 조용한 것이 우선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뭘 몰라서 문제가 아닙니다. 너무 많이 알고, 너무 자기 주장이 분명해서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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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봉사

어제(8/21)는 광산구에 있는 한 어린이집에서 팥빙수 봉사를 했습니다. 쉴 틈도 없이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는데도 일정이 밀려서 30분 정도 늦게 어린이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옆에서 과일을 올려주는 보살님이 참 살갑게 아이들을 대했습니다. ”이건 팥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팥을 놓아주라고 몇 번을 내게 말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옆의 보살님이 내 대신 내 멘트까지 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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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의 마음

퍼붓듯 쏟아지던 비는 그쳤습니다. 불어난 계곡물을 보고만 있어도 엄청난 위용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저 물이 합쳐져서 저지대로 가면 하천을 범람시키고 마을이 물에 잠겨서 많은 이재민이 속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어난 계곡물을 바라보며 폭우로 인해 고통받을 모든 중생들을 생각하고, 따뜻한 자비의 마음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이 않을 것입니다. 대신 이런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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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으로 떠나는 낯선 여행

아침 9시, 취백루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행원당으로 옮긴 종무소에 들러 이런저런 일을 보고 나와, 잠시 대웅전 마당에 섰습니다. 행원당 앞에 서서 바라보는 대웅전 마당의 풍경이 문득 새롭습니다. 서있는 곳을 한문으로 쓰면 입장立場이 됩니다. 입장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른 법. 내친 김에 평소 발길이 가지 않는 지장전 뒤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지장전 옆 구석에서 바라보는 탑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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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울력

얼마 전, 대중 스님들과 함께 꽃나무 옮기는 울력을 했습니다. 절집에 들어와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울력입니다.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닙니다. 마지못해하는 일도, 지시 받은 대로 아무 생각없이 하는 일도 아닙니다. 공동체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위고하를 떠나서 모두 함께 일합니다. 예외란 없습니다. 일머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전체 일을 챙기고 다른 스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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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선물

하루 하루 더할나위없이 좋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화와 산수유를 필두로 진달래, 개나리, 목련, 수선화…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무등산을 찾고 있습니다. 뉴스는 대대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살기 힘들다고 난리가 아닌데, 무등산을 찾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평화롭습니다.  잔디밭에서 따사로운 봄볕을 쬐며 한가한 오후를 누리고 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맑은 하늘과 여유로운 삶입니다.  여유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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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증심사 진입로에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광주 시민들은 꽃길만 걸을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올해는 광주항쟁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마음 같으면 온 광주 시내 거리 거리를 모두 꽃길로 만들고 싶지만, 제 능력이 닿는 곳 만이라도 꽃길을 만들어서 광주시민들에게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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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오는 경자년의 봄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31번 환자를 계기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급격하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천지 교회가 슈퍼전파의 진원지로 지목됨에 따라 정부에서도 종교집회의 자체를 요청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종교시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증심사에서는 오는 3월 8일까지 모든 법회와 행사를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하필이면 초하루 법회, 초사흘 법회, 칠성재일 법회 등의 주요한 법회가 집중된 시기라 무척 아쉬운 심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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