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태학적 사고법〉이란 책을 추천받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1971년 출간된 오래된 책인데 이제야 한국에서 번역되어 읽게 된 것이다. 생태라는 말은 광범위하고 그 의미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아 어려웠다. 이 책은 생태에 대한 전반적인 사고를 인식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사고의 기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사물을 보는 관점과 사고방식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나무와 숲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지만 실상은 나무만 보거나 숲만 보고 판단하여 편협하게 사고하는 일이 많다. 생태라는 단어는 숲 전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단어라고 생각된다. 생태학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방식 중 몇 가지 예시로 생태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 예시 >
연못에 사는 잉어가 지식이 많아져서 연못물을 사용해 식량인 밀기울을 다량 제조하는 기술을 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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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로 밀기울을 많이 생산하여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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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기울 제조로 인해 연못물이 줄어들고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물이 오염되어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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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기울을 생산하지 않으면 굶어죽고, 밀기울을 생산하면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생물은 환경과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진화해 왔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환경이 변하면 그곳에 살던 생물의 종도 변화한다. 인간과 문명과 자연환경의 관계는 잉어와 밀기울 기계, 연못의 관계와 같다.
19세기 독일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생태학은 생물과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의 관계를 논의하는 과학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생태학은 관계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학적 사고는 올바르게 정립한 관계에 입각한 사고. 즉 관계중심의 생태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학이란 생물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학문은 연구대상 종류●, 생물군집●●, 생물구조 단계●●●, 지역●●●●에 따라 나누고 있다.
● 식물생태학, 동물생태학(삼림생태학, 초원생태학, 곤충생태학, 조류생태학)
●● 생물생태학
●●● 개체생태학(생물개체와 환경), 개체군생태학(종의 상호 관계), 군집생태학 (종 사이의 관계), 생태계생태학(생물군집과 비생물환경이 어우러진 물질계를 연구)
●●●● 해양생태학, 호소생태학, 하천생태학, 고산생태학
생태학과 자연과학은 자연의 실상에 접근하려 한다는 점에서 통하지만, 조상(돌이나 나무를 바깥에서부터 조금씩 깎아 형상을 만듦)과 소상(심 위에 점토를 조금씩 붙여서 형상을 만듦)처럼 태도에 차이가 있다. 어느 쪽도 미완성이기에 자연의 실상은 두 분야가 탐색한 지점의 중간에 있을 것이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뻗어 나가는 자연과학의 지식과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면 생태학이 주는 지혜를 벗어날 정도로 바깥으로 뻗어 나가서는 안 된다.
과학이 정밀함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일면적이고 국부적인 경험을 다루어 지식을 뽑아낸다면, 생태학적 지혜는 경험 전체에서 배어 나오는 지혜이다. 관계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태학적 시각은 불교의 인드라망과 같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성주괴공을 이룬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래서 생태학적인 사고이고 생태전환교육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본다.
최근 2022교육개정에서 생태전환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교육전반에 생태전환과 생태학적 사고를 위한 교육이 고민되는 시점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에 이미 교육과정 전반에 생태전환교육을 중점에 두며 선도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생태전환교육이 환경교육과 어떤 차별이 있고 관계가 되어 지는지 모호하다. 그래서 생태전환이 무엇인지 그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이번 호를 끝으로 ‘환경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