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섬을 잇는 신비의 바닷길 1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강변이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였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펼친 축제에 보라색 아이템을 지닌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남도 신안에도 보라색 섬이 있다. 근래들어 ‘퍼플(purple 보라색) 섬’으로 떠오르는 박지도와 반월도이다. 박지도는 섬의 형태가 박(바가지)과 같고, 반월도는 반달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끄트머리인 퍼플섬까지 가려면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무려 4번이나 건너야한다. 그것도 마지막 다리는 차가 갈 수 없어 안좌도와 반월도까지 500여 미터를 걸어야 한다.

2007년, 안좌도와 박지도에 지역민의 소원이었던 다리가 놓이고, 천사대교로 섬과 섬이 연결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박지도와 반월도가 퍼플섬으로 지정되고 두 섬을 잇는 1킬로미터 길이의 보라색 퍼플교가 놓였다.

근래들어 신안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섬마다 색깔을 입히고 있다. 신안의 끄트머리 작은 섬 박지도와 반월도는 섬에 가득한 도라지와 꿀풀꽃, 콜라비의 보라색으로 지정한 것이다. 보라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황제, 권위, 명성, 존엄을 나타내는 색이다. 고고하고 세련되어 예로부터 귀부인과 귀족들의 옷에 자주 사용되었다. 보라색이 주는 이미지도 있지만 천연물에서 보라색 염료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워 가격이 비쌌던 것이다. 우리나라 방언에 엷은 자색을 ‘보라’라고 하는데, ‘보(甫)’는 ‘아름답다’는 뜻으로 ‘아름다운 비단’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보라색 퍼플섬은 2021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퍼플섬에 들어가려면 섬에 어울리게 보라색을 드러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행료를 내야한다. 보라색 옷이나 가방, 신발 등 퍼플섬에 어울리는 색을 갖추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섬 입구에 있는 매장에서 보라색 양산, 모자, 스카프 등을 구입해 보라색을 갖추어 통행료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신안군은 1969년 무안에서 분리해 새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으로 서남해안에 있는 섬들로 형성되어있다. 언제부터인지 행정관청에서 신안의 섬이 1004개라하여 천사(1004)를 브랜드화했다. 그렇지만 신안의 섬이 몇 개인지는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밀물과 썰물로인해 섬이 됐다가 사라졌다 하기 때문이다. 신안의 섬이 대략 1000여 개이고, 서양의 귀신인 천사와 신안군을 이루는 섬의 숫자인 1004(현재 확인된 섬은 1025개)가 음이 같아 신안을 알리는 브랜드로 쓰고 있다.

박지도에서 바라본 반월도. 사진 왼편에 중노두길이 있고. 오른편에 퍼플교가 세워졌다

퍼플섬 박지도와 반월도는 거리가 가까워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에는 갯벌이 드러나 보인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처럼 서해안에는 썰물 때 섬과 섬이 연결되는 곳이 많다. 이처럼 신안에는 육지와 섬, 섬과 섬 사이의 길이가 1킬로미터 가량되는 곳에는 돌을 쌓아 길을 냈다. 이 길을 노두길이라 부른다. 신안에는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에 서로 다닐수 있는 노두길이 많이있다. 박지도와 반월도도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렸다. 갯벌에서 얕은 곳을 돌로 쌓아 디딤돌 같은 길을 낸 노두길이다. 그런데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노두길은 섬사람들이 ‘중노두길’이라 부른다. 스님들이 길을 냈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중노두길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호에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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