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중장터-2

천불천탑의 전설이 서려있는 화순 운주사에서 서너 마장 떨어진 곳에 중장터(화순군 도암면 용강리 3구)가 자리해 있다.
중장터는 말 그대로 ‘스님들이 모여 형성된 시장’이다.
화순 중장터는 지금이야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첩첩산중 오지였다. 이런 오지에 어떻게 시장이 있었을까 의심스럽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근에서 제법 큰 오일장(5일,10일)이 섰던 곳이다.
역사적으로 중장터의 시원은 스님들에 의해 형성됐다.
본래 불교를 숭상하던 고려 때, 나주에 스님들이 모이는 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교통의 요지였던 나주는 목사가 거주하는 관청이 있던 곳으로 남도 최대의 도회지였다.
더구나 인근에 나주 불회사, 다보사, 심향사와 장흥 보림사, 화순 운주사, 순천 송광사 선암사, 장성 백양사가 가까이 있어 스님들의 왕래가 잦았다.
고려는 불교를 숭상하는 국가여서 장이 서는 날이면 스님들도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남도의 큰 도회지 나주 시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사찰에 대중이 모여 살다보면 다양한 물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스님들도 자연스럽게 사찰마다 고유의 특산물을 가지고 나와 서로 필요한 물건을 바꾸거나 구입해야 했다. 당시 스님들의 시장에서 거래되던 사찰 특산물은 다양했다. 지리산 화엄사의 목탁, 발우 등 목기류와 쌍계사 차(茶), 정읍 내장사 한지, 해남 대흥사 유기, 강진 무위사 자기, 순천 송광사 불상, 염주 등이 인기였다.
남도의 땅이름

글. 이준엽(「불교신문」 광주전남지사장)
중장터는 지금도 고유명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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