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활동이 멈춘듯하지만 여전히 열기를 띠는 공간이 있다. 증심사와 자비신행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빛고을자연사찰음식체험관이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옆 자비신행회에 자리한 체험관은 사찰음식 강좌는 물론 소외된 이웃과 방역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사찰음식 나눔 봉사로 북적북적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체험관에서 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능인행 보살은 “빛고을자연사찰음식체험관은 사찰음식과 전통차를 일반에 보급하고, 사찰음식 나눔 봉사로 불교의 대사회화를 실천하고 있다”며 “수행과 건강에 으뜸인 사찰음식을 통해 일반시민과 불교가 소통하고 사찰음식의 생활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소개한다.

능인행 보살이 체험관 교육팀장을 담당하게된 것은 6년 전이다. 2014년 빛고을자연사찰음식체험관이 개설되고 첫번째 열린 사찰음식 강좌에 동참했다. 증심사 후원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하고 있었지만 사찰음식을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자 물 만난 고기마냥 기뻤다.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 음식은 담백해서 가족과 이웃들도 좋아했다.

강좌가 끝나고 교육팀장을 맡아달라는 제의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젊어서 타종교를 신앙했던 능인행 보살은 결혼하면서 불교와 인연이 됐다. 시댁이 불교집안으로 증심사 신도였다. 처음에는 시댁 가족을 따라 증심사에 가서도 법당에 들어서기가 낯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법당에도 들어가고, 부처님전에 삼배도 하게 됐다.

“타종교는 신도들 간에 서로 관심을 주고받아 외롭지 않은데, 불교는 ‘나 홀로’ 종교 같았습니다. 처음 절에 오면 합장하기도 어설프고, 어떻게 절을 하고, 법당에서 무슨 기도를 해야 할지 난감한데 누구하나 알려주는 이가 없었어요. 눈치껏 옆 사람들 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하다 보니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노보살들은 “젊은 보살이 절에 왔다”며 기특해 했다. 후원에서 봉사를 하면서 도반들과 대화를 하고, ‘보살들의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처님오신날 자향회 육법공양

신혼 초, 증심사에서 1년간 새벽기도를 했다. 운전하고 오르는 산길이지만 증심사 오르는 길이 좋았다. 그때 전 송광사 방장 일각스님이 한 달에 한 번씩 증심사에서 법문을 하셨다. 하루는 법회 중에 ‘오계를 외우는 불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번쩍 손을 들었다. 초심자였던 능인행 보살은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답을 하고나자 일각스님이 비단천에 새긴 반야심경 한 폭을 선물로 주시며 “아들 낳아 자손대대로 물려주라”고 하셨다. 그날 노보살님들이 “아들 낳겠다”며 격려해줬다.

기이하게도 그 후 임신을 하게 됐고, 연이어 아들만 둘을 두었다. 젊은 시절부터 증심사 신도로 활동한 능인행 보살은 증심사에서 펼쳐지는 신행활동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대부분 초창기 회원으로 이제는 연륜이 쌓인 신도가 됐다. 증심사 합창단, 차 봉사를 하는 자향회, 증심회, 종무소 봉사 재무단 등 봉사와 신행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찰음식 강좌 중에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스님이 10주간 지도하는 무료강좌가 있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이 처음에는 스님과 만나는 것을 매우 어색해합니다, 그런데 강의가 끝날 때면 스님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해요. 아이들이 불교와 소통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능인행 보살은 일반시민과 불교가 소통하는 빛고을자연사찰음식체험관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고 여기고 늘상 고맙고 감사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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