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에서 찾은 인생, 이웃과 함께 하고싶어요

무척이나 더웠던 8월, 증심사 취백루에서 단청강좌가 시작됐다. 한국 사찰의 전통단청을 배우는 이 강좌는 증심사가 펼치는 문화강좌 가운데 인기있는 과목이다. 광주 첨단지구에 거주하는 변재숙 학인은 매주 금요일 펼쳐지는 단청강좌에 매우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찰 전각의 단청에 우리네 삶은 물론 우주의 변화까지 다 담겨있다니 정말 신비롭고 희유합니다.”

첫 수업부터 “신세계를 만난 듯했다”는 변재숙 학인은 “단청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며 단청강좌가 한 달 후에 끝나는 것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변재숙 학인은 화려함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번잡함보다 단순함을 좋아해 옷을 입어도 검은색 위주로 단색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단청을 공부하면서 바뀌었다. 화려함의 조화가 나이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봄-여름-가을-겨울로 계절이 바뀌듯이 색에도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빨간색 옆에 갑자기 검은색을 칠하는 것보다 문양과 용도에 따라 조화를 주어 서서히 색을 바꿔가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곱게 늙어간다는 것을 단청 색으로 실감합니다.”

변재숙 학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온 본토배기 서울사람이다. 지난 5월, 남편의 직장을 따라 광주로 왔다. 젊어서 사찰순례로 광주에 왔던 기억은 있지만 살림살이는 처음이다. 이사를 하고 첫 나들이로 증심사를 찾았다. 무등산 초입에서 ‘증심사 단청강좌’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게 됐고, 곧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놀랍게도 35년 전 소식이 끊긴, 친하게 지내던 언니를 단청강좌에서 만나게 됐어요. 얼마나 반갑던지 참으로 희유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변재숙 학인은 그림학도였다. 젊어서 서울 인사동에서 한국미술사 강의를 들었고, 그때 언니를 만나 친해졌다. 서울에서 매주 단청강좌를 위해 증심사를 찾는 신지오 학인이다. 간간이 소식만 접했던 언니를 사찰에서 만나 더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컬러링 북에 다양하게 색칠하는 것도 좋지만 단청을 알리고 싶습니다. 선긋기를 하다 보면 손목에 힘이 생기고 집중력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단청은 생활 속에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과 만족도가 최고입니다.”

변재숙 학인 남편도 일주일마다 하나씩 걸리는 단청 작품을 보면서 “어둡던 방안이 환해졌다”며 좋아한다. 총 16강좌인 ‘정경문 장인의 오색빛깔 단청강좌’에서 연목부리, 부연은 물론 다양한 머리초와 별화까지 매주 작품을 하나씩 완성하기 때문이다.

“단청을 만나 삶이 바뀌었다”는 변재숙 학인은 요즘 소박한 꿈이 생겼다. 작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단청 공방’을 꾸미는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단청을 통해 아름다운 삶을 그려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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