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우주론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수미산 정상의 도리천에는 제석천을 비롯한 32명의 천신이 살고있고, 수미산 중턱의 사방에서는 사천왕이 불법을 수호한다. 이처럼 수미산은 신들이 머물며 중생과
불법을 보호하는 신성한 곳으로 불교에서는 산을 신성시하고 있다. 이러한 신성한 산은 사람들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의 귀의처가 되기도 한다.
자식이 없는 월광장자가 아들을 얻기 위해 해·달·천신·지신·귀자모(鬼子母)· 사천왕·스물여덟 대신귀왕(大神鬼王)· 제석천·범천·산신(山神)·수신(樹神)·다섯 길의 신과 풀·나무·약초 등에 귀의하여 빌었다.
_ <증일아함경>음향성왕(音響聖王)도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하늘·용신(龍神)·해·달·별에 스스로 귀의하고, 제석천·범천·사천왕·산신(山神)·수신(樹神)·약초신(藥草神)·과신(果神)등에게 기도한다.
_ <증일아함경>석가모니 부처님이 풍병(風病)을 앓자 마수라 산신이 아마륵 열매를 부처님에게 주고, 이를 먹은 후 부처님는 칠일 간 삼매에 들었다가 일어나 유행을 떠났다.
_ <오분율>보배 봉우리 꽃 핀 주산신은 크게 고요한 선정의 광명에 들어가는 해탈문을 얻었고, 꽃 수풀 묘한 상투 주산신은 인자한 선근을 닦아서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성숙케 하는 해탈문을 얻었고, 높은 당기 널리 비치는 주산신은 온갖 중생의 마음에 즐겨함을 관찰하고 모든 근을 깨끗케 하는 해탈문을 얻었고, (중략) 금강처럼 견고한 눈 주산신은 그지없는 큰 이치 바다를 나타내는 해탈문을 얻었다.
_ <화엄경, 세주묘엄품>
이처럼 초기불교경전에서는 사람들이 아들을 얻기 위해 산신과 여러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산신이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중 형태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승불교에서 산신은 해탈한 신중으로 묘사되고 있다. <화엄경>의 서분에 해당하는 「세주묘엄품」에서 산신은 세주로서 화엄신중이 등장한다.
<화엄경>의 이같은 설법은 초기불교 에서와 동일하게 땅·산·나무·약초·바다·강·물·불·바람 등 모든 자연을
신중으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신도 자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산을 해탈문을 얻은 보살로 묘사하여 불교내에 고대인도의 민간 신강을 수용하고 있다. 즉, 이들 신중은 영지(靈地)의 성격을 지닌 것에서 불법을 호지하는 보살대중으로 변모되었다. <신화엄경론(新華嚴經論)>에서는 <화엄경>에서 산신을 세주로 들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여덟 번째, 주산신은 동진주(童眞住)이며, 10바라밀 중에서 원바라밀을 행한다. ‘산’은 움직이지 않고 높고 뛰어나다는 뜻이며, ‘신’은 지혜의 체(體)가 진(眞)에 응해 자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제8주·제8행·제8회향·제8지가 모두 공용이 없는 지혜로 요지부동인 것이 산과 같기 때문에 산신으로 나타냈음을 밝힌 것이다. 이 속의 열 개의 신은 바로 이 지위 속의 10바라밀행이며, 또한 지혜가 능히 세상을 벗어나서 높고 뛰어난 것이 산과 같음을 칭한 것이다.
주산신은 곧 10바라밀 중 8번째 원(願) 바라밀이며, 그것은 산은 움직임이 없이 요지부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승불교에서는 산신에 대해 중생 구제의 원을 세운 보살행의 실천자로서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